여러분의 머리에 불이 붙었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리고 여러분 앞에는 벽돌이 있구요.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요?
다소 개소리(?)로 시작해본 오늘의 레터는 트위치의 창업자인 Michael Seibel이 말하는 MVP(Minimum Viable Product)에 관한 내용을 다루어 보려 합니다.
뮤턴트 레터는 돌연변이의 길을 택한 창업가들을 위한 영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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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레터에서 언급했던 대로, 평소 생각하던 아이디어에 대해 어느정도 선별의 과정도 거쳤으니 자연스레 이제 MVP를 만들 차례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디서 주워들은 것은 많았으니까요. 막상 이렇게 말해놓고 보니, 익숙하게만 말했던 MVP라는 단어가 멀게만 느껴지더군요.
그냥 무슨 뜻인지 알아들으면 됐던 이전과 달리, 직접 만들어야 하는 입장에 서보니 유명한 사례 한두개를 아는 것으로 충분치 않았죠. 그래서 당분간은 짬짬이 MVP를 만들며 배워가는 것들을 이 레터로 정리해 보려 합니다.
그 첫번째로 오늘은 Y Combinator의 유튜브 채널에서 Michael Seibel이 MVP에 관해 이야기 한 내용 중 인상 깊은 몇가지 토픽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Biggest Fear
MVP를 만들려 할 때 느끼는 가장 큰, 그러나 실체가 없는 두려움은 바로 ‘나의 형편없는 서비스를 사람들이 경험했을 때 일어나는 일’에 대한 두려움일 것입니다.
Michael Seibel은 이에 대해 ‘그래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데?’라고 묻죠. 두려운만큼 오히려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뉴스레터를 만들면서 여기에 익숙해지는 법을 배운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퀄리티의 글을 세상에 까발린다는 두려움이 있었죠. 실제로 실망한 사람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얻지 못했을 것들과 비교하며 이 두려움을 안고 가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Fake Steve Jobs
MVP로 대표되는, 빠르게 출시와 학습 사이클을 도는 이러한 방식에 회의적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로 해당 분야를 잘 안다고 생각하고, 비슷한 성공 경험이 있는 이들이죠. 이들은 충분한 시간과 돈이 있다면 완벽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데 왜 굳이 형편 없는 제품을 내놓아야 하냐고 주장하죠.
이들이 자신들의 논리를 대변하기 위해 주로 인용하는 인물이 스티브 잡스이기 때문에 Michael Seibel은 이들을‘Fake’ Steve Jobs라고 부릅니다.
이들의 인식과 달리 스티브 잡스의 역작들도 수많은 iteration을 거쳐 나왔다는 뜻이죠. 최초의 아이폰에는 앱스토어도, 비디오 촬영 기능도 없었고 인터넷은 2G만 가능했다고 합니다.
물론 이 점들을 고려해도 당시의 아이폰은 혁신이었습니다. 허접한 MVP와는 거리가 멀었죠. 그러나 그 스티브 잡스마저 핵심적인 wow point 외의 것에 집착하며 아이폰을 대중으로부터 숨기지는 않았습니다.
실제로 스티브 잡스가 어떤 유형의 founder였는지를 차치하고서라도1, 이 말을 통해 경고하고자 하는 바는 이해가 가셨으리라 믿습니다.
일단 저는 ‘Fake’ 스티브 잡스를 할 기반마저 없어서 다행(?)이네요.
Hair is on Fire
다시 서론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여러분의 머리에 불이 붙어있고 제가 그 앞에서 여러분에게 무언가를 팔려 한다고 생각해 봅시다.(머리에 불이 붙어보신 적은 없겠지만.. 상상력을 발휘해 봅시다.)
제가 뭘 판다면 좋을까요? 아무래도 생수 몇 통이라던지, 물이 가득 든 바가지 같은게 좋겠죠. 고객 입장에서는 완벽한 제품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에겐 완벽한 제품이 없습니다. 대신 저에게는 벽돌이 있죠.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흠 이건 내가 찾는게 아니네..’라고 하실건가요?
그럴 틈이 없겠죠. 그냥 눈 앞에 보이는 것이라면 무엇이던 집어서 머리에 문지르던 때리던 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MVP를 만드는 여러분이 찾아야 할 고객입니다. 여러분의 형편없는 solution(불을 끄는데 쓸 ‘벽돌’)을 찾을 정도로 극심한 문제(머리에 불이 붙음)를 겪고 있는 사람들 말이죠.
사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첫 챕터에서 다룬 문제도 자연히 해결됩니다. 여러분이 만든 제품의 형편없는 첫 인상에 실망하고 돌아갈 사람들은 타겟이 아닙니다. 완성도를 가리지 않고,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혈안이 되어있는 사람들을 찾아야 하죠.
Faster Horse
그럼 그냥 그런 사람들을 찾아서 뭘 만들어주면 될지 물어보면 안될까요?
헨리 포드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죠.
“만약 제가 사람들에게 원하는게 뭔지 물었더라면, 그들은 더 빠른 말이라고 대답했을 것입니다.”
물론 고객에게 직접 물어 사업 아이템을 찾아낸 사례가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헨리 포드가 지적한 것처럼 근본적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죠.
고객들이 전문인 분야는 그들의 ‘문제’입니다. ‘해답’은 제품을 만드는 우리의 몫이죠. 고객에게 질문을 하는 것은 ‘문제’를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해답’을 바로 주지는 않는 것이죠.
Michael Seibel은 ‘해답’을 찾는 유일한 방법은 해답이 될 수 있는 후보(mvp)를 고객에게 가져다 준 후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는지 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지금은 유니콘이 된 스타트업들도 이런 식으로 제품의 핵심적인 부분을 첫 출시 ‘이후’에 학습했다고 하죠.
또한 그는 초기(product market fit을 찾기 전의) 스타트업에게 중요한 것은 ‘학습’ 뿐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그 학습을 하는 데에 있어 가장 빠르고 효율적이고 똑똑한 방법이 MVP를 만드는 것이라고 하죠.
이 점을 명심해야 제가 만들 MVP가 그저 허접한 시제품 이상의 것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목적성과 존재 의의가 빠진 MVP에는 허접한 제품이라는 껍데기만 남을 테니까요.
오늘의 뮤턴트 레터는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피드백은 더 나은 뮤턴트 레터를 만드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
계산기 디자인이 마음에 안든다고 아예 아이패드에 계산기 앱을 만들어주지 않은 것은 꽤나 반대의 예시죠